
나의 소망이 주께 있나이다 / 시편 39:1~13
시편 38편과 39편은 비슷한 내용의 시입니다. 혹자는 38편과 39편이 짝을 이루는 시라고도 합니다. 두 시편은 다윗의 시편인데 38편이 하나님의 징계로 말미암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 질병으로부터 오는 고통과 사람들로부터 오는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호소하는 시라고 한다면, 39편은 하나님의 징계로 인해 죽음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인생의 연약함과 무상함을 토로하며 하나님께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와 구원을 호소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39:1 내가 말하기를 나의 행위를 조심하여 내 혀로 범죄하지 아니하리니 악인이 내 앞에 있을 때에 내가 내 입에 재갈을 먹이리라 하였도다
39:2 내가 잠잠하여 선한 말도 하지 아니하니 나의 근심이 더 심하도다
다윗은 내 혀로 다시는 범죄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였고, 악한 자 앞에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아예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비록 잠잠하였지만 그리할지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악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입을 닫았으나 도리어 선한 말도 하지 않게 되었고 내 마음의 근심은 오히려 더 심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경건은 말의 절제로부터 시작됩니다. 말을 조심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경건한 그리스도인에게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언어생활은 어떠합니까? 말을 함부로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생각, 내 주장, 내 고집 때문에 혹시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죄를 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입술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하나님께 범죄하는 모든 악한 말을 제하여야 합니다.
약3:2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 몸도 굴레 씌우리라
경건한 그리스도인은 말을 조심하기 위해 부단히 힘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건은 우리의 말에서부터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할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안 하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약1:26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
경건한 다윗은 입에 재갈을 물리면서까지 침묵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특히 자신을 대적하고 비난하는 원수들을 향해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자신이 지금 당하는 고난 때문에 어리석게 하나님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약함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39:3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뜨거워서 작은 소리로 읊조릴 때에 불이 붙으니 나의 혀로 말하기를
39:4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39:5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은 그가 든든히 서 있는 때에도 진실로 모두가 허사 뿐이니이다 (셀라)
39:6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인생은 너무나도 보잘것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표현을 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세상을 창조하시고 만물을 주관하시는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서 볼 때 인생이란 제아무리 애를 쓰고, 몸부림친다 할지라도 너무나 덧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이 시를 쓴 다윗 왕은 어떤 사람입니까? 70년 인생 동안 정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었습니다. 왕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은 가시밭 길과 같았습니다. 온갖 환난과 고통과 답답함과 억울함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수를 저주하지 않았고,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누구보다도 더 큰 영화를 맛본 사람입니다. 젊은 시절 전쟁터를 휘젓고 다니며 전쟁에서 항상 승리를 맛본 사람입니다. 그의 인생 전체를 통해 전쟁에 나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던 위대한 장군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를 건설했던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그가 다스리던 때에는 모든 나라들이 이스라엘 앞에 굴복했던 절대강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시를 기록하는 다윗 왕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그런 용맹함을 하나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자신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연약함을 너무나도 절감하는 늙고 힘없는 왕의 모습입니다. 왜 그가 이런 고백을 하고 있을까요?
다윗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매우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 사람의 육체는 연약해집니다. 하지만 겉 사람은 후패할지라도 속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믿음 안에서 소망이 더욱더 확실해져 갈 수 있습니다. 인생의 연약함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때 비로소 철이 들게 되는 것이죠. 다윗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인생의 연약함을 깨달았을 때 그는 인생의 소망을 오직 하나님께 두고 있습니다. 나의 연약함이 오히려 하나님을 붙드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39:7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다윗 왕은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 소망의 하나님께 부르짖는 기도를 드리며 용서를 구하고, 주의 구원을 기다리며, 믿음으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겪는 고난이 자기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의 결과요, 그로 인해 자신이 잠잠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면서 이제 나를 용서하시고, 다시금 회복시켜 주시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39:8 나를 모든 죄에서 건지시며 우매한 자에게서 욕을 당하지 아니하게 하소서
39:9 내가 잠잠하고 입을 열지 아니함은 주께서 이를 행하신 까닭이니이다
39:10 주의 징벌을 나에게서 옮기소서 주의 손이 치심으로 내가 쇠망하였나이다
39:11 주께서 죄악을 책망하사 사람을 징계하실 때에 그 영화를 좀먹음 같이 소멸하게 하시니 참으로 인생이란 모두 헛될 뿐이니이다 (셀라)
그렇다면 이 시편을 통해서 우리가 얻게 되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① 악한 자들의 비난과 조롱에 대해 성도는 침묵을 지키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② 인생의 연약함을 알 때 하나님 앞에 겸손할 수 있습니다.
③ 인생의 허무함은 하나님 안에서 극복이 됩니다.
④ 하나님의 징계는 성도가 하나님의 자녀 됨의 증거입니다.
⑤ 우리를 온전히 회복시키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윗의 간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39:12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 나는 주와 함께 있는 나그네이며 나의 모든 조상들처럼 떠도나이다
39:13 주는 나를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소서